긁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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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난로를 청소했다. 겨울 시즌을 종료하는 의식이다. 마지막 불을 피운 게 한참 전이지만 일교차 탓에 한 번쯤 더 사용할까 싶어 미루다 오늘에 이르렀다. 묵은 때를 벗기는 데 두세 시간 걸린다. 연통을 분리해 켜켜이 쌓인 그을음을 털어내고 화구 속 내화벽돌을 꺼내 재를 말끔히 치워야 한다. 난로 표면에는 녹을 막기 위해 기름칠을 하고 연통을 다시 조립한 후 이음매에 은박테이프를 바른다. 사용하지 않는 동안 바람이 역류하거나 벌레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연통 속에 공 모양의 솜뭉치를 넣어야 끝이 난다.


마당 한켠에 앉아 긁개를 들고 연통 안팎을 긁노라면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이음매 테이프 자국은 말끔히 제거하기 쉽지 않고 그을음도 여간 단단히 들러붙은 게 아니다. 검은 먼지를 들이마신 목은 금세 칼칼해지고 목장갑 속 손은 새까맣다. 낡은 연통을 내던져버리고 새로 사다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 시간에 돈 되는 일을 하면 얼마 벌 수 있는지, 도시에 두고 오지 못한 계산기가 혼자 작동한다. 쉴 새 없이 오가던 긁개는 마음속 낡은 생각마저 묵묵히 긁어낸다. 그렇게 연통이 말끔해지고 난로는 여름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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