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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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평상시처럼 잠에서 깨어 화목난로에 장작을 넣고 우두커니 앉아있는데 지붕 위에서 무슨 소리가 나더니 난로 안 연기가 역류해 방안에 퍼졌다. 뭔가 사달이 난 게 틀림없었다. 대충 옷을 걸치고 밖에 나가보니 지붕을 덮은 하얀 눈 사이로 연통이 사라졌다. 발이 푹푹 빠지는 눈을 밟고 집 뒤로 가봤더니 마치 꽈배기가 풀린 것처럼 연통이 맥없이 쓰러져있다. 산자락에서 불어닥친 강풍 탓인지 혹은 연통이 불량품인지 아니면 둘 다였을 수도 있겠다.


눈발이 약해지기를 기다려 눈부터 쓸었다. 진입로는 대충 치웠으나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하루 세 번 있는 버스마저 들어오지 못한 걸 보면 더욱 그랬다. 결국, 아내도 나도 양해를 구하고 쉬기로 했다. 문제는 연통. 한 번씩 역풍 불 때마다 집 안 가득 퍼지는 냄새가 고약했다. 나가서 연통을 사 올 수 없는 상황이라 임시방편을 택했다. 앞집 어르신께 사다리를 빌려 지붕 위 연통을 끌어내렸다. 그나마 성한 부분을 잘라낸 후 짧게라도 다시 세워 역풍방지기를 씌웠더니 한결 나아졌다.


한숨 돌리는가 싶었는데 서울로 보내야 할 서류가 떠올랐다. 읍내에 나갔더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었는데 눈으로 발이 묶인 탓이다. 면에 있는 우체국까지 걸어서 갔다 오기로 했다. 두꺼운 잠바를 입고 귀마개를 한 후 카메라까지 메고 나섰으나 추운 날씨에 배터리가 금세 닳아 사진은 몇 장 찍지도 못했다. 왕복 10km의 미끄러운 눈길을 2시간 넘게 걸어 다녀왔더니 녹초가 되었다. 연통 그을음 탓에 손톱 밑에는 까만 때가 끼었고 허벅지는 욱신거린다. 파란만장한 하루다.


  • 양수리

    2017-01-22 17:52
    추운 날씨에 고생하셨네요 ㅎㅎ, 늘 사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데서 터지는군요. 근데 사진을 확대해보니 스파이럴연통이 풀린 이유는 강풍도 제품불량도 아닌 혹시 과도한(?) 꼼꼼함에 있는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풀린 부분이 철사로 너무 조여져 있고 그 위에 반대편에 짧은 고임목으로 압박을 받아서 시임된 부분이 약해지면서 그렇게 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철사대신 U밴드나 O밴드를 사용해서 처마에 연통을 고정하면 압박도 덜하고 흔들림도 막을 수 있을거 같습니다. 겨울이 아직 한 달 이상 남았으니 눈길 빙판길 조심하세요.
  • 내일

    2017-01-23 23:33
    예리하십니다. 뜨거운 연통이 슁글에 닿으면 문제 될까 싶어 사이를 띄우느라 고임목을 빡빡하게 만들어 고정했거든요. 철사가 너무 조여 그랬을 거란 생각은 못 해봤는데 그럴 수도 있을 듯합니다. 다만, 이전 연통을 같은 형태로 고정시켜 문제 없이 2년 이상 썼었고 지난가을 교체한 게 이렇게 된 터라 약간의 의문은 남네요. 'U밴드'가 뭔지 몰라 검색해보니 유용해 보입니다. 연통이 지붕 위로 1m 정도 솟아있기 때문에 철사를 안 쓸 수는 없고 적당히 조합해봐야겠네요. 지난 주말에 대전에 나가 연통과 T형 연결관 등을 사 왔는데 아직 지붕에 눈이 녹지 않아 작업하지는 못했습니다. 지난번 연통 구입했던 곳인데 스파이럴 풀린 사진을 보여주니 사장님도 놀라시더군요. 처음 봤다면서 연통을 무료로 주시더라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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