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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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 들었다. 일요일 아침, 교회 가느라 집을 비운 사이 다녀간 듯하다. 애지중지 키운 블루베리가 싹 털렸다. 꼼꼼하게도 검게 변한 잘 익은 블루베리만 골라 한 톨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쓸어갔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아 용의자를 추정하기도 어렵다. 시골 문제 전문가이신 동네 할머니께서 대충 살펴보시더니 새를 범인으로 지목하셨다. 나무는 아직 작지만 대형 화분까지의 높이 등을 고려하면 유력하다. 공중에서 동태를 파악하기 유리할 뿐만 아니라 슬쩍 내려와 범행을 저질러도 발자국이 남지 않으니 완전범죄에 가깝다. 그러고 보니 아직 덜 익은 블루베리 하나에 부리로 쫀 듯한 자국이 남아있다. 맛만 보고 영 아니다 싶어 익지 않은 것은 더 건드리지 않은 것 같다. 이럴 수가. 새나 사람이나 입맛이 똑같다니.


블루베리 수확만 기다리며 군침 흘리던 우리에겐 날벼락이다. 토요일 오후에 딸까 하다가 일요일 오후로 미뤘는데 속된 말로 아끼다가 X 된 셈이다. 어쩌면 우리 스케쥴을 파악해 디데이에 앞서 먼저 선수를 친 것인지도 모른다. 성스러운 예배시간이 누군가에겐 범행하기 좋은 시간이었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하나님도 참, 교회 가느라 집을 비울 땐 좀 지켜주실 일이지 모른척하시다니. 그렇다고 우리 블루베리를 특별히 잘 좀 보호해달라고 기도할 수도 없고. 내 돈 주고 내가 사다 심은 묘목이지만 사유재산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 새 입장에서는 먼저 먹는 게 임자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공중의 새를 먹이는 하나님은 그런 입장을 지지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렇게 된 이상 나도 이젠 인정사정 봐줄 수 없게 됐다.

  • 제비

    2016-07-26 17:27
    저도 토마토가 빨갛게 익기를 기다려 따려고 하면 정말 빨갛게 익은 것만 무엇인가 와서 먼저 맛을 봤더라구요 ㅎㅎ
  • 내일

    2016-07-27 07:14
    저희 토마토를 먼저 맛보는 녀석은 고양이더라구요. 어차피 건드린 거 다 먹고 가면 좋은데 이거 조금 저거 조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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