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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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마을 삼거리에 있던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사라졌다. 어느 아침 굉음이 나기에 가봤더니 굴착기가 나무를 쓰러뜨리고 있었다. 마을 주차장과 정자 짓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 산골까지 편의시설이라고 부를 만한 뭔가가 생겼으니 반가운 일이지만 늘 그렇듯 개발은 우악스럽게 다가왔다. 공사에 필요한 부지를 확보하고 배수관을 묻기 위해 산자락 아래를 쳐내는 데 느티나무가 방해한 탓이다.


그 얼마 전 이 자리에 있던 나무들은 다른 곳에 이식되었으나 굴착기로도 옮기기 어려운 느티나무만 홀로 남았다. 동네 어르신들께서 너무 큰 나무는 옮겨봐야 살기 어렵고 천지가 나무인데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하셨던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고 아쉬움만 컸다. 느티나무는 무수한 세월을 뒤로하고 난폭한 굴착기 집게손에 의해 찢겨졌다. 물론 깨끗이 베어낸다고 달라질 것도 없지만.


나중에 다시 가보니 산자락 아래에 화강암 덩어리로 축대를 쌓은 후 부러뜨린 나무를 그 뒤에 던져놓았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안타까움을 선사했던 나무가 땔감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가까운 거리라 벌목된 나무를 찾아 산속을 헤매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원주인이었던 분께 말을 꺼냈더니 흔쾌히 가져다 때라고 하셨다. 이런저런 일들로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 날을 잡았다. 날씨도 적당히 흐려 밖에서 일하기 나쁘지 않았다.


점심을 먹은 후 동네 어르신께 리어카를 빌려 엔진톱을 싣고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갔다. 꿈쩍도 않는 나무와 씨름이라도 하듯 이리저리 굴리며 잘라냈다. 여섯 번이나 리어카를 채워 나무를 실어나르며 녹초가 됐다. 엔진톱의 굉음 사이로 느티나무 가루가 휘날리며 특유의 냄새가 났다. 나무를 결로 기억하기 전에 냄새로 기억하다니. 어쩌면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났는지도 모르겠다. 나무는 허리가 끊어진 채로 나는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픈 채로 만났으니.


  • 양수리

    2015-10-30 09:08
    땔감통장에 여섯 수레만큼의 잔고가 늘어났으니 마음만은 뿌듯하시겠네요. 허리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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