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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골에 이사와 마당에 나무가 없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 아름드리나무가 있으면 따가운 햇볕을 피해 그늘에서 쉬기도 하고 그네를 매달 수도 있었을 텐데. 시골집 마당에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쯤 다 있는 줄 알았다. 간혹 다른 집을 방문했다 큰 나무가 버티고 있으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아쉬워만 할 게 아니라 나무를 심자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누릴 수 없을지 모르지만, 나중에라도 이 집에서 살게 될 누군가는 우리처럼 아쉬워하지 않고 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어떤 나무가 좋을까 아내와 상의하다 봄에는 꽃이 피어 보기 좋고, 여름에 열매를 맺어 먹을 수 있으며, 가을에 잎사귀가 무성해 빨리 자라고, 겨울엔 나뭇잎이 모두 떨어져 집으로 들어오는 햇볕을 가리지 않는 나무를 심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욕심 같기도 하고 과연 그런 나무가 있을까 싶었지만 꿈은 마음껏 꿀 수 있는 것 아닌가. 나무전문가인 목사님께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그렇지 않아도 교회 앞 도로 공사 탓에 놀이터에 있는 나무 몇 그루 옮겨야 한다며 골라보라신다.


혹시라도 괜히 우리 때문에 애꿎은 나무를 캐실까 봐 나중에 뽑히게 되면 가져가겠노라고 하고 말았는데 어제 갑자기 체리나무 한 그루를 가져오셨다. 집 들어오는 데크 앞쪽으로 구덩이를 파고 심은 후 지지대까지 세워주셨다. 지난해 목공소 자리를 마련하느라 복숭아나무를 옮겨 심으며 뿌리의 흙까지 다 털어버린 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전문가의 세심한 손길이다. 옮겨 심은 나무를 살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제저녁부터 오늘까지 계속 내린 비 덕분에 뿌리를 잘 내릴 듯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아담한 체리나무의 모습이 흐뭇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혼기념일에 심었으니 결혼 15주년 기념식수가 되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가 희망했던 나무의 조건과 딱 들어맞기까지 했다. 더군다나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체리다. 우리는 그저 작은 묘목을 구해 심으려고 했는데 목사님의 선물로 나무 그늘이 5년 정도 앞당겨졌다. 그리고 그 선물은 이후로 이어질 것이다. 미래의 누군가에게 보내는 선물 프로젝트가 이렇게 시작되었다.


  • 고니

    2015-07-11 06:51
    체리 좀 먹어볼 수 있겠는뎅..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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