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고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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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정보기관의 어두운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이 말이 잘 어울리는 것은 따로 있다. 버섯이다. 일종의 곰팡이 덩어리로 균사가 나무 등에 기생해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자라는 특성 탓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500종 넘는 버섯 가운데 식용이나 약용으로 쓰는 것은 80가지 정도라는데, 조선시대 요리서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버섯 중 첫째가 표고, 둘째가 송이, 셋째가 능이, 넷째가 느타리, 다섯째가 목이라고 나와 있단다. 


바로 그 표고버섯 재배에 도전했다. 이렇게 써놓으니 뭔가 근사해 보이지만 표고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지는 않다. 다들 버섯 하면 으레 표고를 이야기하길래 별생각 없이 골랐다. 조금씩이라도 표고 재배 하는 마을 어르신들이 많아 나도 한번 해보고 싶었다. 지난해 가을 산에서 표고목을 마련하기로 약속되어 있었지만 날씨 탓에 불발에 그친 후 어렵겠구나 싶었는데 얼마 전에 장작용 참나무를 구하면서 쓸만한 것을 골라 시도해보기로 했다.


지름이 대략 15cm 정도인 통나무를 골라 120cm 정도의 길이로 잘라 5개를 준비했다. 표고버섯 원목접종용 성형종균은 읍내 종묘사에 물어보니 592개들이 한 판에 4500원이라고 했다. 표고목이 필요한 마을 분이 계셔서 나무를 드리고 그분이 사온 종균 반 판을 받았다. 이 종균을 나무에 접종하기 위해서는 드릴로 구멍을 뚫어야 하는데 드릴날 역시 또 다른 마을 분께 빌렸다. 이로써 준비는 끝났고 접종만 남았다. 


디데이가 월요일이었으나 끝내지 못했다.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추운 데다 눈까지 내려 미루다 오늘 오후에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나는 드릴로 구멍을 뚫고 아내는 종균을 넣었다. 296개의 종균이 자리 잡은 표고목 5개를 목공소 옆 그늘진 곳에 잘 쌓은 후 물을 흠뻑 주고 차광막으로 덮었다. 1년 후면 싱싱한 표고버섯을 맛볼 수 있으리라. 버섯 재배라니 생각만 해도 근사하다. 살면서 이처럼 생산적인 일을 해 본 적이 있었을까? 이렇게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 하늘새

    2015-03-13 12:14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양한다" 생각이 깊어지는 말입니다. 아내와 함께 버섯전골 얻어먹으러 가기엔 참나무가 너무 적네요. 단 둘이 오붓하게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엔 이웃을 위한 약간의 욕심을 부려 보심이 어떨까요?~~ㅋㅋ
  • 내일

    2015-03-13 16:07
    동네 분들도 다섯 개는 적다고 열 개는 해야지 하시더라구요. 초보라 일단 소박하게. ㅎㅎ
  • 노승환

    2015-03-13 16:36
    그때 그게 완성된것이 아니었군...^^
  • 누나

    2015-03-17 08:02
    잘 되면 종류를 늘려 보시게~ 참고로 난 버섯은 1위부터 5위까지 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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