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설

snow131.jpg


다시, 세상이 하얗다. 눈이다. 이달 들어 여덟 번째. 제법 많이 쌓여있다. 넉가래를 들고 집으로 올라오는 길부터 치웠다. 마을분이 어디선가 불도저를 끌고 와 큰길의 눈을 밀어냈다. 조금 후에는 군에서 나온 제설 차량까지 들어왔다. 길 양옆으로 밀린 눈은 내 몫이다. 그대로 두면 굳기 때문에 좋지 않다. 아침 버스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서야 마무리했다. 집 앞길의 눈까지 치우다 보니 두 시간 남짓 흘렀다. 그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보면 시간이 한정 없다. 일이라 생각하면 힘들 수 있지만 운동 삼아 하는 셈 치면 나름 재밌다.


snow132.jpg


눈이 많이 쌓이면 아내와 이글루를 만들기로 했는데 오늘은 어려울 듯하다. 하루분의 운동 에너지가 소진되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고 일상은 여유를 빼앗는다. 대신 목공소에 넣어둔 종이상자에서 홍시를 하나 꺼낸다. 늦가을에 딴 오래된 감이 저절로 홍시가 되었다. 세상은 고요하고 몸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난다. 장갑을 벗고 하얀 눈 위에 쭈그리고 앉아 설경을 감상하며 홍시를 먹는다.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갑다. 세상 어디에서도 이보다 더 맛있는 감을 먹어보지 못했다. 제설작업을 마무리하는 나만의 의식이다.


  • 캣스킬

    2014-12-13 13:49
    산골마을에선 눈을 치우는 일이 흔한 일이 되겠네요. 삽으로 미는 눈이 때론 너무 무겁게 느껴지지 않나요? 흘린 땀만큼 다는 시간들이 좋게 느껴지며 좋겠네요.
  • 내일

    2014-12-14 08:49
    감사합니다. 동네 어르신 말씀으로는 올해 유난히 눈이 자주 온다고 하시네요.
  • 차~

    2014-12-15 09:12
    얼마 멀지 않은데 여기와 눈 내리는 차이는 엄청나네요. 오늘도 눈 엄청 온다던데... 허리 다치지 않게 조심하셔요~
  • 내일

    2014-12-15 21:03
    여긴 산너머잖아. ㅎㅎ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