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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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일하는 시간을 늘렸다. 재택근무라 출퇴근에 소모되는 시간이 없으니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만 늘었다. 아직은 새벽 공기가 차서 아침 운동을 안 하는 대신 점심에 짬을 내 아내와 산책을 하고 있다. 그래 봐야 30분 정도지만 코로나 시국에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걷는다는 것 자체가 호사라 생각한다. 다만 마을로 들어오는 산자락을 지난해에 간벌한 터라 좀 휑한 느낌이 든다. 다행히 드문드문 몇 군락의 나무를 남겨놓아 아주 을씨년스러운 풍경은 피했다. 재미있는 것은 남동축을 경계로 남쪽의 눈은 바로 녹고 동쪽의 눈은 해가 떠도 며칠씩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방향의 중요성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일하는 시간이 늘면서 버는 돈도 늘었다. 지난해 뜻하지 않게 집을 산 후 대출금을 빨리 갚기 위해 선택한 길이라 애초부터 그게 목적이었다. 언젠가 썼던 것처럼 자본주의 급행열차에 다시 올라탔으니 그에 따른 조정은 어쩔 수 없다. 새로 연봉계약서를 쓰면서 봤더니 지난 몇 년간 계속 길게 일했더라면 대략 1억 몇천 정도 더 벌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아깝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지난 몇 년간 막연히 잘 지냈는데 1억 몇천만 원어치만큼 더 재미있었다는 걸 손에 잡히는 수치로 알게 됐다는 정도다. 그리고 이젠 딱 그만큼 내 시간을 내어주고 그만큼 제어권을 잃었구나 하는 점은 아쉽다.


한때 최규석의 웹툰 <송곳>과 같은 제목의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라는 말이 회자했던 적이 있다. 그 말의 방점이 어디에 찍혀있는지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책임을 전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서는 데가 바뀐 것은 전적으로 당사자의 선택이었음을 우리는 종종 잊는다. 일하는 시간을 늘리면서 마지막까지 살짝 고심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하던 일이라 더 힘든 것도 아니고 단순히 시간만 좀 더 늘었는데 확실히 마음의 여유가 줄었다. 블로그를 방치하다시피 놓아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직은 개구리도 잠에서 깨기 전이라 좀 더 게으름을 피울 생각이다.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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